<서양화가 김해진의 작품 에세이>
나는 "로서" 살아왔어.
맏딸로서 장녀로서 아내로서 며느리로서 엄마로서 가톨릭 신자로서 봉사자로서
강사로서 지역사회의 성숙한 시민으로서 살아왔지.
나는 아마도 꽤 잘 해왔을 거야.
그러던 어느 날 나는 모든 의무와 지위로부터 무너져 내린 거야.
한 발자국도 움직일 수 없었고
해가 떠도 몸을 일으킬 수 없었지.
나는 열심히 살았지만 성공은 멀었고
착하게 살았지만 마음은 텅 비었어.
의무로 살았지만 권리는 없었지.
나를 찾고 싶었어.
내가 누구인지 잘 몰랐고
행복해도 되는지 의구심이 들었고
그러나 그저 행복해지고 싶은 마음뿐이었지.
그림을 그리면서 움츠렸던 마음의 위로를 얻었고
숨 가쁜 일상 속에서도 그림을 그리는 시간만큼은 내가 나로서 존재하는 것 같았어.
나의 숨구멍이었던 거야.
마음의 감정을 색으로 나타내는 추상화를 그리는 서양화가 김해진은 15년 이상의 경력을 가진 전업 서양화가로, 인간 내면의 복잡한 감정과 치유의 과정을 주제로 한 작품을 통해 큰 주목을 받아온 작가입니다. 그녀는 국립 충남대학교 예술대학 산업미술학과를 졸업하고, 국내외에서 다수의 개인전과 그룹전을 통해 자신만의 예술 세계를 펼쳐왔습니다.
김해진의 작품은 고통, 상실, 화해, 자아 찾기 등 인간의 심리적 갈등과 그로 인한 치유의 과정을 그려내며, 많은 관객들에게 깊은 감동과 위로를 전하고 있습니다.
특히, 그녀는 "그림을 그리는 것이 나 자신을 치유하는 과정"이라고 말하며, 그 과정 속에서 얻은 내면의 변화를 작품에 담아냅니다.
주요 전시 경력으로는 김해진 작품전 10회, 국내 그룹전 70회 및 해외 아트페어 등이 있으며, 그녀의 작품은 (사)국가보훈문화예술협회 서울특별시의회 의장상을 포함한 다양한 상을 받았습니다.